마이크로로딩 효과 — 촘촘한 패턴은 왜 덜 파일까 (RIE 식각 실습)
같은 크기의 구멍인데 하나는 얕게 파이고 하나는 깊게 파인다면, 좀 이상하지 않나요? 마스크에 뚫린 개구(opening)가 똑같이 2µm인데도, 옆에 다른 패턴이 촘촘하게 몰려 있느냐 아니면 혼자 뚝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실제 식각 깊이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걸 마이크로로딩(microloading) 효과라고 부르는데, 오늘은 미니팹(MiniFab) 시뮬레이터로 이 현상을 재현해본 iso-dense 쿠폰 실습 결과를 가지고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하나씩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 실습, 뭘 확인하려는 걸까
시편은 p-type (100) 실리콘 기판이고요, 마스크 패턴은 딱 하나의 아이디어로 설계돼 있습니다. 개구 크기는 2µm로 전부 동일하게 두고, 한쪽은 그 개구를 dense하게(촘촘하게) 군집시키고 다른 한쪽은 iso하게(고립되게) 하나만 뚝 떨어뜨려 놓는 것이죠. 메사(mesa, 패턴 사이 남는 폭) 간격도 2.5µm / 0.5µm / 10µm로 다양하게 둬서, 밀도 차이에 따라 식각 깊이가 얼마나 벌어지는지를 한 번의 절단면(cross-section)에서 비교할 수 있게 만든 구조예요.
개구 폭을 굳이 전부 똑같이 맞춘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만약 개구 폭이 서로 다르면 여기에 종횡비 의존 식각(ARDE, Aspect Ratio Dependent Etching)이 끼어들거든요. ARDE는 좁고 깊은 구멍일수록 식각이 덜 되는 현상인데, 폭이 제각각이면 "이 깊이 차이가 밀도 때문인지 폭 때문인지"를 구분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폭을 2µm로 고정해서 ARDE를 모든 개구에 똑같이 걸어버린 거예요. 그러면 한 단면에 남는 깊이 차이는 순수하게 로컬 밀도의 몫이 됩니다.
재미있는 건 두 효과의 방향이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 효과 | 무엇 때문에 | 어느 쪽이 얕게 파이나 |
|---|---|---|
| ARDE | 개구의 종횡비(좁고 깊음) | 개구가 좁을수록 얕게 |
| 마이크로로딩 | 주변의 로컬 패턴 밀도 | 주변이 붐빌수록 얕게 |
즉 이 쿠폰의 목적은 "구멍 크기가 아니라 주변 패턴 밀도가 식각 결과를 얼마나 바꾸는가"를 순수하게 뽑아내 보는 실험 설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공정은 이렇게 진행됐습니다
전체 8단계는 크게 "패턴을 마스크에 새기는 포토리소그래피 구간"과 "그 마스크대로 실리콘을 파내는 식각 구간"으로 나뉩니다. 여기에 광학 검사 · 프로파일로미터 · SEM 단면 관찰까지 계측 3단계가 뒤에 붙어서, 시나리오 전체로는 11단계짜리 플로우예요.
| 단계 | 공정 | 핵심 조건 | 비고 |
|---|---|---|---|
| 1 | 표면 세정 | SC-1, 70℃, 120초 | 표면을 친수성으로 만들어 이물질 제거 |
| 2 | PR 도포 | AZ5214, 3000rpm, 30초 | 스핀 코팅으로 균일한 PR 박막 형성 |
| 3 | 베이크 | 100℃, 60초 | 소프트베이크로 용매 제거 |
| 4 | 노광 | dose 120mJ, hard contact | 마스크 패턴(dense/iso)을 PR에 전사 |
| 5 | 현상 | TMAH 2.38%, 25℃, 60초 | 노광된 영역 제거 |
| 6 | 베이크 | 130℃, 120초 | 하드베이크로 PR 내구성 강화 |
| 7 | RIE 식각 | 가스 HBr, RF 220W, 30mTorr, 420초 | 실리콘 트렌치 형성 — 밀도별로 깊이가 갈리는 단계 |
| 8 | O₂ 애싱 | O₂, 120W, 60초 | PR 약 1400nm 전량 제거 |
여기서 실질적으로 "누가 얼마나 파이는가"를 결정하는 건 7단계 RIE 식각 하나예요. 앞의 6단계는 전부 이 식각이 정확한 위치에서만 일어나도록 마스크를 세팅하는 과정이고요.
조건 표기에 대해 하나 짚고 갑니다. 레포트를 보면 7단계에 bcl3_fraction_pct: 25라는 값이 함께 찍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뮬레이터는 BCl₃가 들어가는 가스 화학을 cl2_bcl3라는 별도 선택지로 두고 있고, 이번 런에서 고른 건 hbr이에요. 그러니 이 25%라는 숫자가 실제 계산에 반영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확인하려면 다른 조건은 그대로 두고 이 분율만 바꿔서 두 번 돌려보면 됩니다. 여기서는 "레포트에 이렇게 찍혀 있더라"까지만 적어둘게요.
왜 밀집된 곳은 덜 파이고, 혼자 있는 곳은 더 파일까
여기서부터가 이 실습의 핵심입니다. 시나리오 설계상 이 쿠폰은 다음과 같은 깊이 차이를 만들어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 위치 | 트렌치 깊이 | 읽는 법 |
|---|---|---|
| dense 개구 (촘촘한 군집) | 약 690 nm | 얕게 파인다 |
| iso 개구 (고립) | 약 826 nm | 깊게 파인다 |
| 차이 | 약 17 % | 개구 폭은 양쪽 다 2µm |
개구 폭이 똑같은데도 이만큼 벌어집니다. 17%면 ARDE로 벌어지는 차이보다는 미묘한 편이라, 눈대중으로는 잘 안 보이고 단면을 제대로 봐야 잡히는 수준이에요.

RIE 식각은 반응 가스가 플라즈마 상태로 분해되면서 만들어진 이온과 중성 라디칼이 실리콘 표면에 도달해 반응 부산물을 만들고, 그게 다시 빠져나가면서 진행됩니다. 문제는 이 반응종이 챔버 안에 무한정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패턴이 촘촘하게 몰려 있으면, 좁은 영역 안에서 여러 개구가 동시에 반응종을 나눠 쓰게 되니까 개구 하나당 도달하는 양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iso 개구는 주변에 경쟁자가 없으니 상대적으로 더 많은 반응종을 공급받고, 부산물도 더 원활하게 빠져나가서 식각이 더 깊게 진행되는 거죠.
이걸 보통 로딩 효과(loading effect)라고 부르는데, 웨이퍼 전체 노출 면적에 따라 식각률이 달라지는 걸 매크로로딩, 이번처럼 국소적인 패턴 밀도 차이로 같은 웨이퍼 안에서도 식각률이 갈리는 걸 마이크로로딩이라고 구분해서 부릅니다.
한 가지 더. 이번 시나리오가 RIE를 쓴다는 점도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RIE는 플라즈마를 만드는 것과 이온 에너지를 조절하는 것이 하나의 RF 소스로 묶여 있어서, 둘을 따로 제어할 수가 없어요. 반면 ICP는 플라즈마 생성용 소스 파워와 기판 바이어스를 독립적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패턴이라도 RIE 쪽이 마이크로로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장비를 바꾸면 계단의 크기도 달라진다는 뜻이에요.
참고로 여기 나온 수치들(690nm, 826nm, 267.9nm 등)은 미니팹 시뮬레이터가 물리 모델로 계산해 낸 값이에요. 미니팹 자체가 여러 공정 변수를 복합적으로 반영하는 함수라서, 실제 팹 데이터와는 자릿수까지 똑같이 맞진 않고 "대략 이 정도 경향"으로 봐 주시면 됩니다.
측정에서 재미있는 함정 하나
이 실습에서 측정 결과를 보다가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나왔습니다.
- 광학 현미경: 결함 0개, 신뢰도 높음 — 다만 깊이 자체는 광학으로 잴 수 없어서 형상 관찰용입니다.
- 프로파일로미터: 대표 단차 약 267.9nm, 신뢰도 낮음으로 표시됨.
826nm짜리 트렌치를 쟀는데 267.9nm이 나왔습니다. 왜 이런 값이 나왔을까요? 트렌치 폭은 2µm인데 프로파일로미터 스타일러스 팁의 지름은 4µm거든요. 팁이 홈보다 굵으니까 바닥까지 못 들어가고, 개구 양쪽 어깨에 걸쳐진 채로 멈춰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그냥 "대충 걸렸다"가 아니라 계산으로 딱 떨어집니다. 반지름 R짜리 둥근 팁이 반폭 a인 수직 홈에 얹히면, 팁의 가장 아랫점이 표면 아래로 내려가는 깊이는
d = R − √(R² − a²)
가 됩니다. (R: 팁 반경, a: 개구 반폭, d: 팁이 내려가는 깊이) 팁 지름 4µm이면 R = 2µm, 개구 2µm이면 a = 1µm이니까 넣어보면
d = 2 − √3 = 0.2679µm = 267.9nm
레포트에 찍힌 숫자와 소수점까지 똑같습니다. 즉 267.9nm은 트렌치 깊이가 아니라 팁이 멈춘 위치인 거예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보면 재미있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 쿠폰은 개구 폭이 전부 2µm로 똑같죠. 그 말은 팁이 걸리는 깊이도 dense든 iso든 똑같이 267.9nm라는 뜻입니다. 즉 프로파일로미터로는 원리적으로 마이크로로딩을 볼 수가 없습니다. 광학 현미경은 형상만 보고 깊이를 못 재고요. 이 실습에서 밀도별 깊이 차이를 읽을 수 있는 계측은 SEM 단면 하나뿐입니다.
프로파일로미터에 붙은 "신뢰도 낮음" 표시도 그래서 나온 거예요. 장비가 고장 난 게 아니라, 재려는 값과 장비가 안 맞는 것입니다. 실제 팹에서도 이건 흔한 문제라서, 무엇을 잴 건지에 따라 단차계를 쓸지 SEM을 쓸지 먼저 정해야 합니다. 장비별로 무엇을 잴 수 있고 무엇은 못 재는지는 계측 5대 장비 정리에 따로 묶어 뒀습니다.
시뮬레이터로 직접 재현해보기
플라즈마 식각 시뮬레이터의 RIE 식각 모듈에서 이번 실습과 관련해 조절할 수 있는 주요 파라미터는 이렇습니다. 괄호 안은 기본값이에요.
| 파라미터 | 범위 (기본값) | 바꾸면 어떻게 되나 |
|---|---|---|
| gas_chemistry | hbr / cl2_bcl3 / sf6 / cf4 / chf3 / o2 (hbr) | 식각 화학이 바뀌어 Si 대 PR 선택비와 부산물 거동이 달라짐 |
| rf_power_w | 50 ~ 500 W (220) | 이온 에너지↑ → 식각률↑, 다만 마스크 손상 위험도 같이 증가 |
| pressure_mtorr | 5 ~ 100 mTorr (30) | 압력이 낮을수록 이온의 직진성이 좋아져 이방성 향상 |
| time_sec | 30 ~ 600초 (420) | 시간에 비례해 깊이가 늘지만, 식각률 자체가 밀도별로 다르므로 계단의 절대 크기도 같이 벌어짐 |
| bcl3_fraction_pct | 0 ~ 100% (25) | BCl₃ 분율. 앞서 적었듯 hbr 화학에서 이 값이 결과를 바꾸는지는 미확인 |
추천 체험 순서는 이렇습니다.
- 먼저 조건을 그대로 두고 한 번 돌린 뒤, SEM 단면에서 dense 군집과 iso 개구를 각각 절단해서 기준 깊이 차이를 확인합니다. (dense와 iso는 같은 쿠폰 한 장에 함께 있으니 따로 돌릴 필요는 없어요. 단면을 두 군데 보는 겁니다.)
time_sec만 늘려보면서 두 패턴의 깊이 차이(마이크로로딩 갭)가 시간에 따라 벌어지는지 좁혀지는지 관찰합니다.pressure_mtorr를 낮춰서 공급·배출 조건이 바뀌었을 때 마이크로로딩 경향이 완화되는지도 비교해보세요.- 여유가 되면
bcl3_fraction_pct를 0과 100으로 각각 돌려서, 이 값이hbr화학에서 실제로 결과를 바꾸는지 직접 확인해보셔도 좋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 자동으로 돌리면 SEM 단면 칸이 비어 있게 됩니다. 자동 실행은 대표 단면만 지나가기 때문인데, 그러면 레포트에 남는 깊이 값이 최대 단차 하나뿐이라 정작 이 실습의 핵심인 밀도별 깊이 계단을 못 보게 돼요. 단면은 직접 찍어서 레포트에 담아야 남습니다.
실제 공정에서는 어디에 쓰일까
마이크로로딩은 교과서 속 현상이 아니라 레이아웃 설계에 바로 걸리는 문제입니다.
더미 패턴을 넣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깊이가 밀도를 따라 갈린다면, 설계 단계에서 패턴 밀도를 최대한 고르게 맞추는 게 공정 마진을 버는 방법이 됩니다. 실제 레이아웃에서 빈 영역에 기능하지 않는 더미 패턴을 채워 넣는 걸 보신 적 있을 텐데, 밀도 균일화가 그 목적 중 하나예요.
MEMS나 깊은 트렌치 공정에서는 더 크게 걸립니다. 깊이 자체가 소자 성능을 좌우하는 구조에서 위치마다 깊이가 다르면 그대로 산포가 됩니다. 식각 시간을 어디 기준으로 맞출 것인가 하는 문제도 여기서 나오고요.
계측 도구를 고르는 훈련으로도 좋습니다. 앞서 본 267.9nm처럼, 재려는 값과 장비가 안 맞으면 숫자는 그럴듯하게 나오는데 뜻이 없습니다. 실장비 실습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걸 손해 없이 겪어보는 게 생각보다 남아요.
정리하며
이번 iso-dense 쿠폰 실습에서 확인한 핵심은 하나입니다. 개구 크기가 같아도 주변 패턴 밀도가 다르면 식각 깊이가 달라진다는 것(690nm vs 826nm, 약 17% 차이), 그리고 그 원인은 국소적인 반응종 공급량 차이(마이크로로딩)라는 것이었죠. 여기에 더해 측정 장비마다 잴 수 있는 구조의 한계가 다르다는 것, 그래서 이 현상은 SEM 단면으로만 볼 수 있다는 것도 함께 짚어봤습니다.
이런 식으로 파라미터 하나하나를 바꿔가며 결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는 게, 공식으로만 외우는 것보다 훨씬 오래 남더라고요. 다음 단계로는 이번 쿠폰과 짝이 되는 ARDE 시나리오를 나란히 돌려보시면 두 효과를 확실히 구분해서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식각의 방향성 자체를 비교해보고 싶다면 SiO₂ 하드마스크로 언더컷 만들기에서 습식 등방 식각이 아래·옆으로 똑같이 파고드는 모습도 함께 보시길 권합니다.